오늘 단약을 한지 2일차가 되었다.
처음 계기는 그냥 별거 아니었다.
정신과에 방문을 해서 추가 처방을 받았다.
기존에 먹던 항우울제 (아고틴 25ml) 와 성인ADHD 약 (아토목세틴 60ML,메디키넷 5ML)에
메디키넷을 5ML 더 받았다.
이유는 저녁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유튜브나 음란물 같은 무의미한 것들에 빠져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스팅을 위해
활기차게 살기 위해 추가 약을 처방받았다.
그리고 오후5시쯤 약을 먹고 나서 두통에 시달렸다.
처음엔 그저 머리쪽을 무언가가 꽈악 움켜지고 있는듯한 느낌이 강할뿐이었다.
그런데 점점 머리가 띵하더니 두통이 생겼다.
두통은 나를 쉽사리 잠들지 못하게 하였고
거의 밤새다시피 추가처방의 날을 보냈다.
그때였다.
갑자기 약먹는게 싫었다.
두려움이 생긴것 같기도 했고
그냥 약에 의지해 하루하루가 정신없게 지나가는것 같아 싫기도 했던거 같다.
약에 내 인생을 던져놓는 것 같았다.
무책임하게 말이다.
그래서 그냥 충동적으로 먹지 않았다.
즉흥적으로 먹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었다.
약을 먹지 않아도 나의 일상은 그리 크게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다.저녁이 되기 전까지는.
어둠이 찾아오자 예전 습관처럼 엄청난 허기와 함께
라면이 땡겼다. 과자도 땡겼다.
그렇게 매번 단약때 나오던 행동패턴이 다시 시작되었다.
마트로 가서 먹고싶은것들을 막 담아냈다.
이전과 조금의 차이가 있다면
얼마전에 내 심각한 통장 상태를 보고선
그나마 현실적으로 먹고싶은것들을 집어들었다.
정신나간것처럼 지출을 하진 않았다. 다행히도
그렇게 오랫만에 정신나간것처럼, 아니 정정한다.
오랫만에 맛있게 그리웠던 것들을 먹었다.
그리고 영화를 재밌게 봤다.
단약때문인지는 몰라도 영화를 보면서
웃음이 잘 났고 눈물도 잘 났다.
약을 복용하고 종종 느끼던 뭔가 어색한 감정의 색깔이 사라진듯 했다.
조금은 충동적이고 놔버린듯 하지만
부족한듯하지만
내 삶을 사는 것 같았다.
별거 하지 않아도 즐거웠다.
약을 먹다 안먹다 하다보니 확실히 느낀점이 있다.
약을 먹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약을 먹어도 우울함과 불안함은 찾아올수 있다.
약을 먹어도 짜증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약을 먹어도 쉬고 싶을 때가 생긴다.자주
그래서 약을 먹다보면 내가 고장난것만 같았다.
뭔가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빠져
내가 지금 잘못살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져
그냥 그 상태에 빠진 채로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껍데기 같았다.
내 삶인데 내 삶 같지가 않았다.
부어도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깨진 항아리처럼
계속되는 갈증과 같았다.
그래서 나는 좀 부족할진 몰라도
좀 어설플진 몰라도
내 삶을 살기로 했다
나만의 삶을 살기로 했다
남에 맞추지 않고
나에게 맞추는 삶을 살기로 했다.
그게 바로 오늘 단약 2일차다.
단약을 했음에도 쇼핑몰 일을 했고
단약을 했음에도 쿠팡 잇츠 알바를 했다.
단약을 했음에도 퇴근후 쇼핑몰 일을 추가로 했다.
단약을 했음에도 이렇게 정말 오랫만에
나를 위한 자유로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내 인생을 책임질것이다.즐겁게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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